1년 반 동안의 군 생활 회고록 🕊️
2022년 8월 14일, 길고 길었던 군 생활을 마치고 그리웠던 집으로 돌아왔다. 복학 준비, 이사 등등 전역 후의 여러 가지 정비를 마치고 여유가 생긴 지금, 1년 반 동안의 군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입대 전부터 전역 후 지금까지 내가 무슨 목표를 세웠고, 주로 무엇을 했는지 주제 별로 정리해 볼 것이다.
🐥 입대 전 목표
입대 전의 내가 가지고 있던 목표는 아래와 같았다.
- solved.ac Platinum 티어 달성하기
- 종만북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 완독하기
- CSAPP (Computer Systems: A Programmer’s Perspective) 완독하기
주로 PS 공부를 하고, CSAPP 공부도 함께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 PS 공부
종만북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었던 훈련소 및 후반기 교육 시기에는 종만북을 읽고, 노트에 손 코딩을 하며 문제를 풀었다.
종만북 1권을 훈련소 때 완독하고, 2권을 후반기 교육 때 완독했다. 사실 너무 할 게 없어서 완독 수준이 아니라 더 공부하고 싶은 부분은 몇 번씩 읽었던 것 같다. 손으로 코딩을 하다 보니 끈기 있게 문제에 매달리며 디버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가끔씩은 중간에 포기하고 답을 보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래도 Recursive call, Divide & conquer, BFS & DFS, 그리고 특히 Dynamic programming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문제 풀이에 대한 큰 틀을 잡을 수 있었다.
solved.ac
21년 4월 ~ 5월, 그리고 21년 7월에는 매일 개인 정비 시간마다 사지방에서 solved.ac의 문제들을 풀었다. solved.ac에서 제공하는 CLASS 1, 2, 3의 문제들을 차례대로 풀어 Gold 4 티어를 달성했다. 문제를 풀 환경을 구축하기가 마땅하지 않아서 goorm ide를 사용했다.
PS 공부에 대한 회의감
열심히 PS 공부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얼마나 잘 공부하고 있는지보다는 솔브닥에서의 티어나 매일 몇 문제를 풀었는지와 같은 부수적인 요소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과연 PS 공부가 computer science를 공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부인지 고민해 보았을 때에도, 그렇다고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지금 공부해둔 정도로 충분히 미래에 다양한 CS 분야를 공부할 때 나의 자료구조, 알고리즘에 대한 지식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PS보다 더 필요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 CSAPP
노트에 정리하며 공부하기
PS보다 내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던 공부는 바로 컴퓨터 시스템 공부였다. 입대 전에 미리 사둔 CSAPP를 자대에서 정독하고, 노트에 손으로 필기를 하며 공부를 했다. 또 각 챕터마다 있는 practice, exercise problem들은 손으로 코딩하며 풀어보고, solution을 구글링하며 공부했다.
Exercise problem에는 직접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문제들도 많았는데, 매일 사지방 이용 시간이 제한되어 문제 하나에 몇 날 며칠을 매달리게 되니 너무 지쳐 결국 이런 문제들은 skip하게 되었다. 😓 아예 skip하지는 않고 solution의 코드를 뜯어보는 정도로만 공부했다.
Notion을 활용해 공부하기
OSAM 해커톤에 참여하기 전까지 Chapter 1 ~ 4를 위와 같이 공부했고, 해커톤이 끝난 뒤인 22년 1월부터는 더 이상 손으로 필기는 못하겠다 싶어 Notion으로 정리하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의 정리 내용은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2년 7월에 CSAPP 완독에 성공했다. 🥳
복습
해커톤이 끝난 뒤 오랜만에 CSAPP를 공부하려 하니 Chapter 1부터 4까지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 꽤나 고생을 했었다. 이 고생 끝에 앞으로는 꼭 복습을 해야겠다 싶어 Chapter 5부터는 매주 주말에 Chapter 5부터 그 주에 공부한 내용까지를 복습하며 공부했다. 예를 들면, 이번 주에 Chapter 10을 공부했다면 그 주 주말에는 Chapter 5부터 10까지의 내용들을 내가 정리한 내용들을 보며 복습을 한 것이다.
주말마다 무한 복습의 굴레가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이렇게 점차 복습하는 내용들을 쌓아가는 식으로 공부한 덕에 공부한 내용들이 장기 기억으로 굳어져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굳이 복습을 매주 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남아있게 되었다. 👍
🔥 2021 군장병 공개 SW 온라인 해커톤 참가
21년 7월부터 10월까지는 국방오픈소스아카데미(OSAM)에서 주최하는 2021 군장병 공개SW 온라인 해커톤에 참여해 해군참모총장상을 수상했다. 여기에서 자세한 후기글을 확인할 수 있다.
HTML, JS, CSS는 물론이고 React, Redux, Vue.js 등 다양한 기술 스택들을 직접 사용해 보며 웹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군 생활 중에 가장 치열하게 노력했던 시기가 이때인 것 같다. 부대에서도 최대한 대회에 집중할 수 있게 편의를 봐준 덕도 있었고, 나도 잠도 줄여가며 (나에겐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이 대회를 통해 오픈 소스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다. 이런 멋진 문화가 개발자들 사이에 존재했다니! 지금은 내가 개발 경험도 적고, 아주 초짜 중의 초짜이니 오픈 소스 세상에 참여하기는 힘들지만, 실력을 길러 미래에는 꼭 오픈 소스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은 팀원들을 만난 덕에 동기도 부여되고, 그들의 좋은 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특히 팀장님의 블로그나 일하는 방식 등에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모두 정말 감사했습니다!
🤖 21년 군 장병 맞춤형 온라인 인공지능 교육 참가
OSAM 해커톤이 끝난 뒤에는 21년 군 장병 맞춤형 온라인 인공지능 교육에 참가했다. 후기글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내가 그나마 어느 정도의 기반 지식을 갖출 수 있는 기회였다. 아쉽게도 나중에 복습을 전혀 하지 않아 많은 내용을 까먹었다…🥲
✍️ Github 블로그, Naver 블로그 시작
Github 블로그
OSAM 해커톤에서 팀장이었던 분의 블로그를 구경하며, 나도 나만의 github 블로그를 갖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는 여기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Github 블로그에는 내가 공부한 내용들,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 또는 프로젝트들에 대한 글을 작성하고 있다.
Naver 블로그
‘프리워커스’라는 책을 읽으며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기록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 중 가장 큰 자산이다. 우리가 어떻게 시작해서 흘러왔고, 문제를 만났을 때 무슨 수로 극복했으며, 중요한 순간에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알면 우리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 ‘맥락’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책에서 언급하는 기록 방식 중 하나인 4L 방식이 매력적이어서 이 방식대로 naver 블로그에 매주 회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내 naver 블로그를 확인할 수 있다.
🔒 시스템 해킹 공부
CSAPP를 완독한 이후에는 내가 가장 공부하고 싶던 보안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dreamhack](https://dreamhack.io)의 system hacking 트랙을 따라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보안 공부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공부한 내용들은 github 블로그에 TIL 형식으로 적어두었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해킹 분야는 너무 어려워 보여 조금 맛만 봤다가 포기했던 경험이 있는데, 컴퓨터 시스템에 대해 공부한 끝에 이제는 내용들을 이해하며 공부할 수 있어 아주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다. 개강을 하면 바빠져서 잠시 휴식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짬이 나면 CTF에도 참여하고 복습도 꾸준히 하며 흐름을 놓치지 않게 노력할 예정이다.
📚 독서
-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수영, 전성민
- 갈매기의 꿈 - 리처드 바크
-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 존 리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알랭 드 보통
- 숨 - 테드 창
- 우리 몸 오류 보고서 - 네이선 렌츠
- 에고라는 적 - 라이언 홀리데이
- 백년목 - 정선근
- 보건교사 안은영 - 정세랑
- 피프티 피플 - 정세랑
-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정세랑
- 오은영의 화해 - 오은영
- 뇌 - 베르나르 베르베르
- 노화의 종말 -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 인간의 흑역사 - 톰 필립스
- 공정하다는 착각 - 마이클 샌델
- 방구석 미술관 - 조원재
- 프리워커스 - 모빌스 그룹
- 야간비행 - 생텍쥐페리
분명 더 읽은 책이 있을텐데 따로 기록을 해두지 않아 많은 책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 운동
입대 전까지는 운동을 전혀 안 했던 나지만, 훈련소에 들어간 뒤로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체력 단련 시간에 꾸준히 운동을 한 덕에 훈련소 때에는 불불불이던 체력평가 결과를 특특2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전역 몇 달 전부터는 같은 부대 친구에게 요가를 추천받아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 🙏
🕊️ 마무리하며
입대 전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전역해서 뒤처지면 어떡하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날 몰라도 한참은 모르는 걱정이었던 것 같다. 돌아보니 나는 1년 반 동안 계획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해냈고, 부족한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들을 했다. 수고했어 나 자신아! 🥳
오히려 내가 감당해야 했던 문제는 지나친 조급함으로 인해 내 주변의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갈수록 내 곁의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이 조급함을 이겨내고, 마음의 안정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뒤처질까봐 불안에 떠밀려 하는 공부와 일이 아니라, 내가 원하고 좋아서 하는 공부와 일을 하고 있다. 군 생활 동안 내가 얻은 많은 것들 중 가장 값진 것이 이렇게 마음의 안정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 아닐까? 😊
군대에서의 1년 반 동안 열심히 달렸고, 여러 성과들을 얻을 수 있었다. 전역 후에는 몇 주간 달콤한 휴식을 맛보며 지냈다. 이제 얼마 뒤면 개강을 하니, 난 다시 달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 날 달리게 하는 원동력은 공포가 아니라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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